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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소식

[읏!터뷰BY명예기자]OK하면 이민규,이민규하면 OK! OK의 모든 공격은 그의 손끝에서!

날짜
2020-01-28
조회수
3886



V리그 브레이크 기간이 한창이었던 1월 10일, 이민규 선수와의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OK저축은행의 체육관을 찾았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잦은 수술과 부상을 겪으며 "고통스럽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어느새 배구 선수로서 무르익은 이민규 선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OK저축은행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새 팀 내 고참이 된 프로 7년 차
 
Q. 벌써 프로 진출 7년 차인데, 본인이 느끼기에 스스로가 처음과는 어떻게 달라진 것 같은지, 그리고 특별히 느끼는 점이 많았던 시즌이 있나요?
이민규 : 제가 달라진 점은 초창기 때는 저희 팀 운동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모두 어린 나이였고, 혈기 왕성했을 때라서 운동보다는 다들 놀고 싶어 하는 것들이 많았죠. 그런 것들을 코치님이나 감독님께서 많이 다잡아 주셨어요. 그때는 운동 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지금은 대부분 운동에 투자하는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관심이 많았었나요?
이민규 : 친구들 만나는 것도 그렇고, 이성을 만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었죠. 하하.
 
Q. 이민규 선수는 OK저축은행의 창단 멤버로 팀 내 고참 선수에 속하잖아요,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인가요?
이민규 : 크게 조언은 잘 안 해주는 것 같아요. 각자가 다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자주 해주지는 않아요.

Q. 벌써 이번 시즌 반환점을 돌고도 조금 더 지났는데,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라운드별 승패가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갈 것인지 궁금해요. 
이민규 : 이번 시즌은 조금 다른 상황인 것 같아요. 작년의 팀 전력과 지금의 팀 전력을 비교하면 올해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은 라운드 초반 레오 선수가 다치고 나서 힘든 경기가 많았어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대편이 더 잘했던 경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레오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해서 경기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작년이랑은 다르게 시즌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저번 시즌부터 이어진 현대전의 연패를 드디어 끊었어요. 현대를 상대로 9연패를 멈췄고 4년 만의 천안 원정 승리로 알고 있어요. 감독님 인터뷰를 보면 송명근 선수와 이민규 선수가 현대만 만나면 항상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시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유독 현대에게만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요?
이민규 : 현대 같은 경우에는 센터진이 너무 좋기 때문에 제가 공격수들에게 뭔가를 더 만들어 주려다가 오히려 더 흔들렸던 경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Q. 그 경기에서 이민규 선수가 스파이크 득점을 한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럼 색다르게 토스 말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이민규 : 수술하기 전에는 블로킹이 제일 자신 있었어요. 내년에는 블로킹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하하. 지금은 세트 페인트죠.
 
세터는 내 운명



Q. 배구를 하게 된 계기와 세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이민규 : 저희 작은 고모께서 배구 선수 출신이세요. 초등학교 3학년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에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가 어떤 것에도 소질을 보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작은 고모께서 배구를 권유해주셨어요. 또 마침 근처에 배구부가 있어서 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고모께서 코치님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면 무조건 세터를 하겠다고 하라고 하셨어요. 그때는 정말 뭐가 뭔지 몰랐어요. 세터가 뭐 하는지도 몰랐었죠. 하하. 그렇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포지션이 세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격수들이 주로 받는 트리플크라운이나 서브 등 여러 가지 기록에 대한 상과는 거리가 먼데 아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민규 : 기록에 대한 욕심은 프로 첫해가 지나고부터 버린 것 같아요. 저랑은 그렇게 인연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기록에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Q. 세터는 포지션 특성상 경기 중에 끊임없이 경기 운영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평상시에도 생각이 많은 편인가요? 일종의 직업병처럼요.
이민규 : 혼자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런저런 생각들? 그런데 그게 가끔은 독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경기할 때는요.

이제부터는 가벼운 질문을 할게요.
 
Q. 좋아하는 음식이나 과자 등 3가지를 말해주세요.
이민규 : 김치전, 제육볶음, 프링글스

Q. 해보고 싶은 일이나 직업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민규 : 음 무슨 직업이라고 딱 짚어서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제가 하는 배구 선수라는 일이 동적인 직업이잖아요. 정반대로 저는 가만히 있는 직업을 하고 싶어요. 앉아만 있는 직업이요. 하하.

Q. 경기가 끝난 후나 평상시에 SNS나 검색창에 자신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요?
이민규 : 한 번씩 보는 것 같아요. 태그 되면 알림도 떠서 보는 편이죠.

Q. 팬분들의 응원을 보면 힘이 많이 되겠어요.
이민규 : 그럼요. 특히 요즘엔 팬분들께서 저를 웃겨주려고 하시더라고요. 재밌는 댓글들도 많고요. 가끔 정말 웃긴 것들은 다른 분들도 보시라고 제가 직접 올리기도 해요. 팬분들 덕분에 많이 웃게 되는 것 같아요.

Q. 이민규 선수는 방송에 나오면 항상 기타를 많이 치던데, 기타를 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민규 : 저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흘려들었었죠. 하하. 그러다가 대학교를 진학하고 제가 1학년 때 홍석이 형이 4학년이었거든요. 홍석이 형이 기타를 가볍게 연습하면서 치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홍석이 형이 기타를 치니까 더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Q. 올해가 20대 마지막인데, 새롭게 세운 목표나 마지막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이민규 : 20대의 마지막이긴 하지만 저는 항상 미래에 대한 설렘이 많은 편이에요. 

Q. 보통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기하네요.
이민규 : 음, 나중에 은퇴 후에 일 같은 건 걱정이 되겠지만, 당장 내년 같은 가까운 미래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런 기대 같은 것들이 항상 있어요. 다만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아요.

Q. 그럼 마지막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이민규 :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더라고요. 요즘에 또 식욕이 폭발해서 먹는 거에 돈 아끼면 안 된다고 그러잖아요? 하하. 맛있는 걸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이민규 선수하면 동생인 이민욱 선수를 빼놓을 수 없어 동생과 관련된 질문 몇 가지를 진행했다. 동생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사이좋은 형제

Q. 이민규 선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친한 선수들이 가끔 짓궂은 댓글들을 남기는데 답글에 이민욱 선수가  형 편을 들어주는 것을 자주 봤어요. 동생이랑 사이가 좋은 편인가요?
이민규 : 원래 사실 저를 그렇게 보호해주는 애가 아니에요. 제가 용돈을 좀 주거나 이러면 형 대접을 해주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실질적으로 저보다는 동생이 조금 더 형 같고 의젓한 게 있어요. 집에 가면 제가 더 동생 같거든요.

Q. 외박이나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이민욱 선수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있겠어요.
이민규 : 민욱이랑 같이 보내기도 해요. 같이 있으면 재미있죠. 저도 예전엔 쉬는 날엔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술을 잘 마시진 못하지만 그렇게 종종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요즘엔 술이 커피로 바뀌었어요. 하하.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해요. 동생이랑도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PC방을 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Q. 이민욱 선수와 서로 경기를 보면서 조언을 해주는지도 궁금해요. 같은 포지션이니 해줄 말도 더 많을 것 같아요.
이민규 : 세터들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 기본적인 것만 말을 해주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잘 안 하고 있어요. 민욱이도 민욱이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시즌이니까요. 그리고 또 한국전력에 정말 잘하셨던 권영민 코치님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나서서 민욱이에게 배구에 대한 조언을 하지는 않아요.

Q. 부모님께서 아들 둘 모두가 운동선수라서 부상이나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이민규 : 걱정은 많으신데, 그것에 대한 저희의 대처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걱정하실까 봐 무덤덤하게 괜찮다고 하는 편이죠.

Q. 요즘 인터뷰나 OK 선수들이 나온 방송을 보면 이민규 선수가 결혼은 언제 할 거냐라는 주제가 아주 뜨거워요. 사실 운동선수가 아니었다면 29이란 나이에 결혼 얘기가 이렇게까진 많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 주변에서 너무 많이 물어봐서 스트레스가 많을 때도 있겠어요.
이민규 : 작년엔 조금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그런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로 했어요. 주변에서 너무 많이 가니까 원래도 신중해야 하지만 만남에 대해서 너무 신중해지게 되더라고요. 근데 이제는 그런 것들도 조금은 내려놓기로 했어요. 사실 제가 재미로 타로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서른둘 즈음에 좋은 여자가 나타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근데 저는 3년 후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Q. 운동선수로서 슬럼프나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때 이민규 선수만의 극복 법이 있나요?
이민규 :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자기를 내려놔 버리면 한도 끝도 없이 내리막을 걷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늘 가지려고 노력해요. 또 수술을 한 게 마음을 다시 다잡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런 생각이 안 들 줄 알았는데, 운동을 할 때 다시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또 이제는 운동을 할 때 조금이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시 수술 부위에 통증이 오고 해서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세터로서 공을 줬을 때 가장 짜릿한 공격이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민규 : 음, 중요한 점수 때는 항상 짜릿해요. 공을 올려줘서 성공했을 때는 늘 그러죠. 그때의 긴장감이나 몰입도는 항상 극에 달하니까요.

Q. 그럼 그 순간에 여러 가지 공격 루트를 생각해서 공을 올려주나요 아니면 순간적인 감각으로 공을 올려주나요?
이민규 : 저는 누구를 줘야겠다고 미리 생각을 안 하는 편이에요. 물론 신호를 주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고 공을 배분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 미리 정해 놓으면 스스로가 더 불안하더라고요.

Q. 경기 전 나만의 징크스가 있나요?
이민규 : 징크스는 안 만들려고 해요. 징크스가 어떻게 보면 일종의 루틴 같은 거잖아요. 그런 것에 얽매이기 싫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는 징크스가 조금 심했지만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Q. 이번 시즌만이 앞으로 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민규 :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똑같았어요. 한결같이 상대편이든 우리 편이든 코트 안에서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밖에서 볼 땐 그 선수가 잘해 보일 수 있지만, 막상 함께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또 배구를 잘 못해 보이지만 함께 해보면 배울 점이 많은 선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항상 목표에요.

Q. 선수로서가 아닌 인간 이민규로서의 인생 목표가 있나요?
이민규 : 저는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거?

Q. 마지막으로 나에게 팬이란?
이민규 : 보물이죠. 없으면 안 되는 존재에요. 프로스포츠는 관중분들에게 저희의 경기를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한 번은 저희 팀이 성적이 정말 안 좋을 때 경기장의 분위기가 휑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느낀 점이 냉정한 현실이지만, 일단 경기력이 최우선이고 어떻게든 최대한 팬분들께 더 잘해야겠구나 경기력 적인 면에서도 더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죠.

글/목하경 기자
사진/김민영기자